자녀가 성장하면서 고집이 세지는 것은 ‘자아’가 생겨난다는 증거이며 잘 자라고 있다는 신호이다. 하지만 자녀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부모와 종종 충돌이 생긴다. 이 때 부모들은 말대로 따라주지 않는 자녀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와 피로를 호소한다. 예전에는 부모를 잘 따르던 어린 자녀가 자기주장을 하면서 결국 부모 마음대로 자녀를 통제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제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는 부모들의 바람이 된다. 그런데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가 되는 것은 자녀 자신과 부모 중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 자녀를 자녀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가, 부모에게 맞추고 있는가
자녀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 고집을 부리면 대부분 부모들은 야단을 쳐서 결국은 부모의 말에 따르게 만든다. 가령,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를 한두 번 달래다 결국은 소리를 높이고 억지로 데려간다거나 스스로 우유를 따라 마시려다 엎지른 자녀에게 혼자서 잘 하지도 못하면서 사고만 친다고 화를 내며 다음부터는 우유를 스스로 따르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야단치는 일들은 자녀가 정말 잘못해서인가 아니면 육아에 지친 부모가 자녀를 감정적으로 대하는 일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부모는 자녀를 부모의 요구에 따르도록 강제하기보다는 놀이터에 계속 있겠다는 자녀에게 설명하고 납득시켜서 함께 집에 가는 데 동의하도록 대화하며, 우유를 쏟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힘을 기르려는 자녀를 격려해주어야 한다. 영유아기 자녀는 경험을 통해, 그리고 자녀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확장해 나가기 때문이다.
■ 자녀의 개성을 존중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
가끔 자녀들은 부모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한다. 그러나 자녀의 행동이 자녀에게 해가 되거나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혹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이는 자녀의 개성으로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요즘은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사람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人材)로 인정받는 시대이다. 이러한 인재는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수용해줌으로써 자라날 수 있다. 당연히 자신을 인정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를 알고 목표를 설정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며, 무엇보다도, 행복하다.
■ 그러나 가르칠 것은 가르쳐야 한다
자녀의 개성을 존중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면서도 가르칠 것은 가르쳐야 한다. 자녀가 고집이 생기고 자기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하는데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면 못 하게 막는 것이 옳다. 자녀의 기본적인 생활습관(청결, 식사예절, 수면 등)을 잘 들이고 또래관계 등의 대인관계에서 지켜야 할 예절,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 등은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출처: 박지현(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