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식사습관, 배변훈련, 인사하기, 옷 입기, 손 씻기 등 여러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밥 먹는 속도도 느리고, 손 씻자고 해도 딴청이고, 옷을 입혀놓으면 잠깐 사이에 더럽혀 놓는다. 그러면 부모는 따라다니며 밥을 먹이고, 아이를 번쩍 들어다가 손을 씻기고, 옷을 다시 갈아입히면서 반복되는 고된 육아에 한숨을 쉬게 된다. 다른 집 아이들은 괜찮은데 우리 아이만 유별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특별히 손이 더 가는 아이도 있지만 사실 거의 모든 영유아기 아이들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이 좀 여유로워질 것이다. 지금부터 자녀가 말을 듣지 않아 답답할 때 몇 가지를 체크해보자.
■ 다른 곳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확인하기
자녀가 식사시간에 밥을 먹으려 하지 않거나, 외출했다 돌아와서 손을 씻어야 할 때에 부모의 말을 따라주지 않는다면 먼저 화를 내기보다 자녀가 지금 다른 것에 관심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밥을 먹어야 할 그 시간에 과자를 먹고 있다거나 손을 씻어야 하는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데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영유아기 아동들은 성인에 비해 당장의 욕구에 더 충실하기 때문에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있어도 금방 잊고 하고 싶은 일로 달려가게 된다. 이런 자녀의 발달특성을 이해한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다르게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가급적 식사시간 1-2시간 정도 이전에는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조절해준다든지, 이것이 힘들다면 식사시간을 조금 앞으로 당기거나 미루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난감에 관심이 있어 한다면 장난감을 들고 손을 씻으러 가도록 할 수도 있다.
■ 아이를 아이로 바라보기
식사시간의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모습일 것이다. 외출했다가 돌아와서 바로 손을 씻는다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장난감을 가지고 논 후 종류별로 정리를 해놓거나 과자 먹은 자리의 부스러기를 잘 치운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 모습들은 부모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좋은 습관을 잘 들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지만 자녀에게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일 수 있다. 영유아기 자녀들은 아직 대근육과 소근육 발달이 완벽하지 않고 인지기능도 아직 열심히 발달 중이기 때문에 신체를 조절하거나 스스로 생각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어렵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자. 노력한 부분에 대해 칭찬해주자.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며 습관을 들이는 것보다 훨씬 마음 편하고 수월하게 점점 변화하는 자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는 아이이다.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 다그치는 대신에 설명하기
영유아기 자녀의 발달단계 상 완벽한 행동을 기대하기보다 자녀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 여유를 가지고 바라봐 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해야 할 일과 순서에 대해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는 영유아기 아동이니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그냥 놔두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 강요하고 다그치기보다는 설명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와서 곧바로 손을 씻는 것은 자녀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므로 씻지 않고 놀겠다는 아이를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왜 손을 씻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씻을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출처: 박지현(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