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산부인과에 가서 뱃속 아기의 힘차게 쿵쾅거리는 첫 심장소리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아빠가 되는구나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고, 앞으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될 것이다. 이제 정말 부부에서 부모가 되는 것이며, ‘아빠’가 되는 것이다. 아빠가 된다는 것은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역할이지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아빠는 그냥 되지 않는다. 아빠가 처음인 만큼 준비가 필요하다.
■ 좋은 남편 되기
좋은 남편 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만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내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어떻게 해주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임신은 감정을 예민하게 만들고, 입덧이나 몸이 무거워지는 등 신체에 낯선 변화를 가져온다. 아내는 여러 모로 힘겨운 상태가 되며, 남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아내의 안정된 정서 상태와 신체 건강은 엄마가 될 아내 자신에게도 중요할 뿐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아기의 성격형성과 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아내가 안정적인 정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해주고 힘이 되는 말을 건네거나, 집안일을 좀 더 나누어 부담을 덜어주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들이 결과적으로는 아내, 아기, 그리고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좋은 아빠 되기는 좋은 남편 되기로부터 시작된다.
■ 아기와의 교감 나누기
많은 예비부모들이 임신 중 뱃속 아기와 교감을 나누기 위해 이야기도 하고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이것은 부모로서 자녀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출산 후 좀 더 친숙하게 아기를 맞이하기 위한 것이다. 태아의 청각은 일찍 발달하기 시작하여 16주경이면 들을 수 있다. 이 때 아빠의 저음은 아기에게 잘 전달되기 때문에 책을 읽어주거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아빠와 자녀 간 교감을 나누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어떤 아기들은 아빠의 목소리를 기억하여 출산 직후 아기에게 말을 걸어주면 울음을 멈추고 아빠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자녀와 교감을 나누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은 태어난 후 부터 할 수도 있지만, 뱃속에서부터의 교감 나누기는 출산 후 아빠로서의 적응을 한결 수월하게 해주고, 자녀와의 만남을 더욱 기쁘고 소중한 경험이 되도록 해 준다.
■ 출산 시 필요한 사항을 체크하기
아빠 역할은 아기를 잘 돌보는 것만이 아니라 아기를 잘 맞이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출산준비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아내와 함께 체크하고 준비 할 수 있다. 요즘은 출산 예정일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만 대부분 예정일 전후로 며칠씩 오차가 생기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조산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출산 예정일보다 여유를 두고 아기용품을 준비해 놓고, 갑작스런 진통에 대비하여 출산준비물 가방을 미리 싸 두는 것이 좋다. 이 때 준비물을 부부가 함께 준비하면 부부관계도 더 돈독해지고 막상 준비물이 필요할 때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아내를 대신하여 더 잘 챙겨줄 수 있다. 또한 출산 후 산후조리원 등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출산하는 날 조리원으로 연락을 하여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것은 남편이 할 일이다. 출산 시 필요한 여러 사항을 미리 체크해 놓아 혼란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상태에서 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아빠역할이라 할 수 있다.
출처: 박지현(한국가족상담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