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지켜보면 아이들 저마다의 특성이 보인다. 특히 서로 장난감을 차지하겠다고 다투거나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능력에서 아이들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다가가기 편안한 사람과 쉽지 않은 사람 등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잘 하는 사람과 서툰 사람이 있다. 무엇 때문에 성격이나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를까? 바로 자라 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다양한 환경과 경험 중 하나인 애착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 생애 최초로 맺게 되는 인간관계
애착은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맺게 되는 정서적 유대이자 사랑이다. 즉, 부모나 주로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과 맺는 친밀한 관계를 의미한다. 갓 태어난 아기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모는 아기의 생존을 위해 세심히 보살펴 주어야 한다. 아기는 배가 고프거나 어딘가 불편할 때 울음으로 의사표현을 하게 되는데 이때 먹여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는 등 아기의 신호와 욕구에 맞추어 반응해주면 아기는 자신을 보살펴 주는 사람에 대하여 ‘믿을 만 한 사람이구나.’ 하는 ‘신뢰감’을 형성하게 되며 더 나아가 ‘이 세상은 살아볼 만 한 곳이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것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며 자신이 살아갈 세상에 대한 기본자세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애착을 안정적으로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녀가 커가고 어른이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내내 어린 시절의 애착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애착의 유형
영아가 부모나 주양육자와 형성한 애착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아인스워스(M. Ainsworth)가 고안한 낯선 상황 실험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장난감이 있는 상황에서 1-2세 영아가 엄마와 있다가 낯선 사람이 들어오고 엄마가 잠깐 나갔다 돌아오는 장면에서 영아가 보이는 반응에 따라 안정애착과 불안정애착으로 나눌 수 있다.
▶안정애착
부모와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한 영아는 엄마와 분리되었을 때 불안해하지만 엄마가 돌아왔을 때 반가워하고 평온함을 되찾으며, 엄마를 안전기지로 삼아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영아에게서 나타나는 형태이다.
▶불안정애착
낯선 상황에서 엄마가 잠시 나갔다 돌아왔을 때 엄마에게 화난 듯이 저항하거나(저항애착) 엄마를 반기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회피애착) 멍하고 얼어붙은 듯 행동하다가도 엄마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혼란애착) 등 안정된 패턴을 보이지 않는 경우 불안정 애착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부모나 주양육자가 일관된 양육방식을 취하지 않았거나 자녀를 거부하는 등 자녀에게 제대로 된 보살핌을 제공하지 못하고 건강한 상호작용을 하지 못한 경우 불안정 애착이 형성된다.
■ 안정애착을 형성하려면?
애착은 자녀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행동과 건강한 대인관계의 기초가 되며, 자라면서 또래관계, 학습능력, 더 나아가 성인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안정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안정애착을 형성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의 ‘민감성과 일관성’이다. 민감성은 자녀의 울음 등 영아의 신호에 대해 즉각적이고 적절하게 반응해 주는 것이고, 일관성은 이러한 반응을 일관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자녀의 신호에 둔감하거나, 부모의 기분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 마음이 여유로울 때와 귀찮을 때 자녀에게 반응을 달리 하며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자녀는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물론 자녀에게 부모가 100퍼센트 민감하고 일관적이지는 못할 수도 있다. 부모도 자신의 일과 삶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가 최소한의 생활의 균형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민감한 반응과 양육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자녀를 대하는 시간만큼은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면 자녀도 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출처: 박지현(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